여형사 은수의 이중생활 --- 1부

작성일 2024.01.17 조회수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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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토의민족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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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형사 은수의 이중생활 --- 1부

여형사 은수의 이중생활 --- 1부


은수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크게 하품을 했다.
벌써 4시 15분이 지나고 있었다. 오늘도 허탕을 친 셈이다. 속절없이 또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이제 철수해야 할 시간이다. 너무 늦어서 오늘은 하루 쉬어야겠다는 아쉬움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것을 꾹 참으며 옆자리의 강형사를 흔들어 깨웠다.
"이봐 강형사! 그만 철수하자고.."
강형사는 언제부턴가 숫제 코를 골며 잠에 떨어져 있었다.
이제 강력반 생활 2년째인 신참이었다. 그런데도 매사에 아주 열심인 친구인데,
한달 동안 계속되는 잠복에 그도 지칠 대로 지친 모양이었다.
생긴 것도 멀쩡하고 허우대도 좋아 평소에도 강력반 형사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친구였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형사로서가 아닌
제2의 인생을 사는 은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픈 욕심이 드는 친구이기도 했다.  
나이는 은수 보다 2살 위이나 일선경찰의 순경을 하다 온 친구였기에 계급은
아래인 경장이었다.
하긴 강력반 형사로 어울리지 않긴 은수 자신이 더했다.
무엇보다 은수는 여성이었다. 더욱이 169센치의 훤칠한 키에,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간 완벽한 몸매의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미스코리아들처럼 사이즈를 정확히 재보지 않아서 그렇지 몸매나 생김새나
전혀 손색이 없는 팔등신 미인이었다. 4-5년 전 만해도 어쩌다 미용실에라도
들르면 미스코리아 출전해보라며 권하던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은수는 다시 한번 강형사를 흔들었다. "이봐, 강형사.."
부스스 눈을 뜨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하더니
잔 것이 미안한지 겸연쩍은 듯 말을 건넸다.
"이형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깊이 잠들었던 모양이죠"
은수는 대답없이 창밖을 쳐다보며 시동을 걸었다.
반장의 툭 튀어나온 입이 거품을 무며 온갖  잔소리를 할 것을 생각하니
쓴웃음이 절로 났다. 반장은 강력반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한마디로 산전수전 더 겪으며 말단 순경에서 반장까지 오른 강력반의 살아있는
증인인 셈이다.
요즘도 입만 벌렸다 하면 '예전에 나는 말야...' 하며 자기 공치사하기에 바쁜
전형적인 소시민으로 더욱이 그는 대한민국 대개의 남성이 그러하듯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여자가 무슨 경찰을...' 이라는 생각 때문에 은수가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강력반 형사가 되고자했을 때 쌍심지를 켜고 반대했던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은수에게 사건도 맡기지 않고 사무실만 지키게 하며 혼잣소리로
인사명령을 낸 윗선을 욕 만하던 반장은 은수가 미제에 빠졌던 몇건의 사건을
혼자힘으로 해결하자 그때부터 조금씩 신임해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도무지 오리무중이었다.
부산에서 러시아여성이 변사체로 떠오른 것은 벌써 6개월이나 전이었다.
뚜렷한 단서도 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즈음
수사본부를 해체하면서 미제사건으로 은수에게 떨어진 것은 달포쯤 전이었다.
차기 인사이동에서 반장으로 승진하게끔 되어있던 은수에게 해결하면 다행,
영구미제로 남아도 어쩔 수 없다는 심산으로 윗선에서 맡긴 것이었다.
은수는 내심 강력반 형사로는 마지막 업무나 마찬가지기에 멋지게 해결하고
장래를 위해서도 윗선의 환심을 사 둘 필요가 있었기에 사력을 다해왔지만,
러시아여인과 같이 다니던 사람의 생김새를 파악한 정도에서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다.
더구나 외부의 수사협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수사는 더욱 지지부진했다.
사실, 한달 째 잠복하는 중이었지만 목격자의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봤다는
말만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저 이형사님, 저는 여기서 좀 내려주시죠..."
갑자기 강형사가 말을 건넸다.
고개를 돌리니 머리를 멋쩍은 듯이 긁으며, '사우나나 좀하려고..'하며 말을 흐렸다.
"그러지 뭐. 강형사 오늘은 그냥 푹 쉬고 내일 보자고... 대신
내일은 아침 일찍 모여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재구성해보자구.."
은수는 길가로 차를 세웠다.
"네, 이형사님. 이형사님도 편히 쉬세요"
강형사는 내리며 목례를 해 보이고는 성큼성큼 횡단보도를 건넜다.
뒷모습을 보면서 은수가 '언제 한번...'이라며 중얼 거릴 때였다.
갑자기 은수는 온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핸드폰이 온 것이다.  
대외용 핸드폰은 오늘 잠복근무 때문에 들고 나오지 않은 것을 깨달은 은수는
가게에서 온 것임을 알았다.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던 은수는 오늘은 어차피
하루종일 쉰다는 생각에 폰을 받았다.
"혜미야, 나야 너 오늘도 안 나올거니? 사장님이 지금 노발대발이야."
은미의 전화였다.
"으응, 시간도 늦었고 해서 그냥 쉴려고 하는데..."
그때 전화기 저쪽 너머 사장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어이 고양이가? 고양이면 내 바꿔도.내 할말 있대이...'
그러더니 이윽고 또렷이 사장의 걸쭉한 사투리가 수화기를 타고 왔다.
"야, 고양아, 니 이에 자꾸 빼먹으면 어짜노?"
"사장님, 미리 약속하지 않았던가요? 오빠하고도..."
"그래 하지만, 이번에는 박사장님이 직접 연락했다 아이가. 너 대기시켜
놓으라고. 지금 어디고? 빨리 온나 마. 5시까지. 귀중한 손님이 온다아이가.."
"오빠가요? 알았어요 곧 가죠"
은수는 시계를 보았다. 4시 30분이 조금 지나고 있었다.
서두르면 가게에 가서 머리를 대충 빗을 시간은 있었다. 오늘은 또 혜미로
살게 되는군... 은수는 미소를 머금고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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