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 금기, 그리고 여동생 - 4부

작성일 2023.10.31 조회수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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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여자들이란 참으로 치밀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허술한 존재이다.

그녀들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그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그녀들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신이 하자고 했잖아, - 바로 이 말이 그녀들을 책임감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방어기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가? 문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 남자가 여자와 같이 자자고 한다. 여자는

앙탈을 부리며 반항하지만, 사실 이 행동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나는 분명히

저항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강력하게, 혹은 강압적으로 나에게 강요

하여 어쩔 수 없이 당신과 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책임이 없다'

 

모호함, 금기, 그리고 여동생 - 4부

 


분명 그러한 사실은 법정에서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그녀의

행동을 변호한다. 그러나 '마음'도 그러할 것인가. 그녀는 분명 스스로에게 '나는

책임이 없어. 그가 강압한 거라구.'....라고 자위하겠지만, 어딘가는 찜찜하다.

왜냐하면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녀는 그와의 동침을 동의했었고,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지 자신의 허영 - 자신이 값싼 여자가 아니라는 -을

합리화시킬 구실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것을.


무엇보다도 그러한 책임회피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타인의 의도대로 움직여진다는 결과를 낳는다. - 여자들이 치밀한 듯하면서도

허술하다고 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녀들은 강하게 요구하면, 어떻게든 자신을

합리화할 구실을 발견해내고는 요구에 따르곤 한다.


그러므로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많은 남자들이 여자의 행동이 정말로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마땅한 구실을 찾지 못해 머뭇거리는 것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 능숙한 남성이라면 늘 여자에게 적절한 타협점을 제시하면서,

그녀의 허영을 결코 상처입히지 않으면서 침대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그는 법정의 피고석에서 '여자가 싫다고 하면,

그건 싫은거야!' 라는 페미니스트 검사의 질책이나 듣고 있어야 할 것이다.


" 자, 여기. "

민지는 내 남방의 단추를 다 달고는 나에게 내민다.

" 야 ~ 제법인데..... 어린앤 줄 알았는데, 이제 다 컸네. 예전엔 내가 네 옷 꿰매

줬었잖아."

" 오빤, 언제쩍 얘기를 하는 거야?"


민지가 살짝 눈을 흘긴다. 귀엽다.


" 하하... 하긴, 그게 네가 초등학교 때였던가. "

" 오빠가 중학교 때. "

" 그러게. 그게 벌써 몇년 전이냐.... 네가 벌써 대학생이 되고. "

" 오빤 가끔 보면 자기만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남방을 받아 팔을 넣는다. 굳이 단추를 채우진 않는다. 완전히 벗은 것보다, 완전히

입은 것보다 묘한 것이 반쯤 풀어진 옷차림이다. 단추를 채우진 않은 남방사이로

보이는 것은 남자의 가슴이다. - 여자는 가슴으로 말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건

남자에게도 해당된다. 탄탄한 가슴이란 여성들에게 매우 섹스어필하는 부분이니까.


" 하하, 그런가. 네가 스무살이지... 성인식은 했어? "

" ... 성인식? 아... 성년식. 아니, 아직. 생일이 안 지났잖아."

" 그렇지.... 너, 성인식날 받아야 하는 다섯가지 선물, 알어? "

" 다섯가지? 장미꽃 스무송이 아냐? "

" 아니라구. 성인식날엔 다섯가지 감각을 만족시키는, 다섯가지 선물을 받는거야."

" 그게 뭔데? "

" 첫째, 시각을 만족시키는 장미꽃 스무송이. "

"... 그리고? "

" 둘째, 후각을 만족시키는 향수."

" 세째, 미각을 만족시키는 달콤한 초콜렛. "

" 네째, 청각을 만족시키는 사랑한다는 속삭임."

" ...다섯번째는? "

" 촉각을 만족시키는, 감미로운 키스."

" 아..... "

민지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 어때? 생일 때까지 다섯가지 다 받을 자신 있어? "

" 근데 네번째랑 다섯번째는 남자친구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

" 없으면 만들면 되지. 너 남자친구 없어? 전에 미팅도 했잖아? "

" ........ "


언어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언어란 그 자체로 하나의 실체이며,

인간의 정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세치 혀로 세상을 휘두른 웅변가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특히, 심리학적인 언어의 작용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 꿈, 침대, 침실, 자장가, 몽상, 밤, 베개, 달빛..... "

와 같이 단어를 들려주고, 당신이 방금 들은 단어들 중에서 '잠'이라는 단어가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대개의 경우 분명히 들었다고 대답한다. - 그러나 실제로

<잠>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분명 <잠>과 관련된 단어들은 많이 나왔지만,

정작 <잠> 자체는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에 관련된 단어들은

무의식적으로 <잠>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강력하게 사람의 심리와 기억을

조작한다. - 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스스로, 혹은 타의에 의해 교묘하게 조작된

기억을 굳게 믿고 살아가곤 한다.
천천히, 내가 민지의 주위에 던져주는 것들은 관능적인 단어들. 키스, 성인식,

향수와 장미... 이런 단어들은 스스로 강력한 최음성을 가지고 있어서, 분위기를

관능적으로 만들어 준다. 조금씩 젖어드는 가랑비처럼, 민지의 생각에 비집고 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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